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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 life

에어라인 조종사의 1년 루틴 따라와 보실래요?

by Everytime Skyclear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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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라는 직업은 참 괜찮은 것 같습니다. 코로나 펜데믹만 아니면 말이죠. 이제 코로나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가면서 점차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히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해봅니다.

칵핏(조종석)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누구도 이런 사무실에서 일하지는 못해보셨을 겁니다. 대충 이런 뷰가 펼쳐집니다. 항공보안법 상 칵핏을 공개하면 안 되니 이 정도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이렇게 풍경을 담을 여유조차도 없습니다.

 

아래 사진은 한 겨울 외몽골을 통과할 때 눈에 쌓인 몽골입니다. 몽골은 전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겨울에  이렇게 눈이 많이 오니 사람이 살 수가 없겠죠. 위에서 바라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종종 비행을 하다 보면 만리장성이나, 자금성 등도 보이고요. 전 세계의 랜드마크를 공짜로 일을 하면서 볼 수 있다니 정말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한다는 명목하에 여행도 다닐 수 있습니다. 특히 동남아 레이오버가 나오면 저렴한 물가에 맛집들을 부담 없이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아만 보이는 조종사의 삶은 딱 1년짜리 입니다. 어쩌면 6개월일 수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정년이 보장되는 직업에 무슨 소리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지만 조종사의 삶은 칵핏에서 보이는 풍경처럼 평온하고 아름답지만 않습니다. 조종사의 1년 루틴은 다음의 평가라 불리는 체크와 항공 신체검사로 불리는 Medical 체크가 통과해야 가능합니다.

 

노선심사 (Route Check)

1년에 한 번씩 하는 정기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불시 Check라고 불리는 노선 심사지역 노선 공항 등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안전하게 운항(비행)을 하는지 평가합니다. 기장 부기장 2명이서 비행을 하다가 뒤에 다른 분이 앉으면 사실 조금 어색합니다. 더군다나 나를 평가하는 평가관이 뒤에서 나의 행동 하나하나 말소리까지 집중을 하면서 평가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운항승무원(조종사)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흔히 CRM(Crew resource management)라 불리는 것도 포함해서 말이죠.

 

만약 이 평가에서 불합격을 하게 되면 재평가를 보아야 하며, 각종 교육이수를 명령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 평가의 목적은 당연히 "안전한 운항"때문입니다. 안전하지 않은 항공기를 타는 조종사, 승무원, 승객들 모두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안전한 운항을 위해서 각 회사마다 여러 가지 그물을 쳐놓고 있는데요, 예를 들자면 POM이라는 매뉴얼로 조종사들이 비행을 할 때 지켜야 하는 지침도 있고, FOM은 비행을 하는 조종사뿐만 아니라 승무원, 공항직원, 운항관리사 까지 지켜야 할 규범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관련 교육들도 주기적으로 실시하죠. 이러한 안전그물을 회사가 마련해 놓았는데 최일선의 조종사가 잘 지키고 있는지를 평가관들이 평가를 하는 것이죠.

 

평가관들은 객관성을 담보받기위해 국토교통부 산하에 있으며, 회사에 위촉심사관을 위촉하는 형태로 국토교통부가 관여를 하고 있습니다. 심사관 분들과 비행을 하게 되면 정말 그날은 1년 중 가장 긴장을 한 채로 비행을 하는 날이 바로 노선 심사 비행입니다.

호치민의 콩카페 입니다. 요즘, 동남아를 자주가기 때문에 콩카페는 한달에 한번은 방문 하는 것 같습니다.

전, 후반기 SIM (SIM Check)

전반기와 후반기에는 평가와 그에 따른 훈련이 진행됩니다. 항공사들은 ICAO라는 국제기구와 IATA, IOSA 등의 단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기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이들이 제공하는 안전가이드라인에 따른 항목을 평가하고 훈련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에 항공사는 연도별로 혹은 반기별로 혹은 2년에 한 번, 3년에 한 번씩 교육 훈련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 SIM 즉, 시뮬레이터 항목은 조종사를 평가하고 교육하고 훈련하는 도구로 이용되는데요. 흔히 조종사들은 SIM 평가라고 부릅니다. 

 

6개월마다 한 번씩 진행되기 때문에 "recurrent training"이라고 불립니다. 당연히 6개월마다 보는 평가에서 불합격을 하게 되면 비행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이때는 승객들을 모시고 비행을 할 때 할 수 없는 엔진 고장, 비상착륙, 비상탈출, 실속(stall)으로부터의 회복, 옆 조종사가 임무수행이 불가능할 때 대처 등을 훈련합니다. 비정상 상황들이 일어나면 사고로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되는 상황입니다.

흔히 깡통이라고 부르는 시뮬레이터 입니다. 항공기와 거의 동일하게 시스템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항공신체검사 (Medical Check)

조종사라는 직업을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한 신체는 필수입니다. "몸을 갈아 넣어 프로젝트를 한다"는 말을 예전 회사 다닐 때 많이 하곤 듣곤 했었는데, 조종사는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언제든지 비행을 할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조종사를 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몸을 얼마나 관리를 잘하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행을 하기 위한 최소 수준을 넘으면 항공 신체검사 자격증이 발급이 됩니다. 물론 1년 후 몇 개월 후의 건강을 장담해주지는 않지만요.

 

특이하게 조종사들은 몸관리에 좀 더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혹은 6개월에 한 번 하는 신체검사에서 약물 복용 기록, 병원 방문기록 등을 상세하기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항공안전법에 의거해서 꽤 심한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강상태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서 항공업무(조종)를 할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도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서 세심하게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저도 뭐 특별하게 하는 것은 없지만 내가 먹는 것, 하는 것이 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조금 더 생각해보곤 합니다.

 

제가 자주 출근하는 인천공항입니다.

어떤 직업에서 자신이 하는 업무와 관련해서 1년에 3번 자격시험을 보는 직업이 있을까요? 수많은 전문직이 자격을 한번 취득하면 퇴직할 때까지 혹은 죽을때 까지, 법만 잘 지킨다면 자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조종사의 경우 1년 동안 Check를 잘 통과한다면 1년에 3번이지만, 만약 불합격하거나 항공사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수시 Check나 불시 Check로 조종사들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두에는 조종사라는 직업이 좋은직업이라고 말해두고, 정작 1년 루틴은 조종사의 단점만을 모아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Check를 잘 통과하면 그 외에는 누구보다 편한 직업이 바로 조종사입니다. 예전에는 처우도 좋았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서 아직까지는 어려운 시절을 통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어보니 조종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좀 더 와 닿으시나요? 세상의 모든 직업에는 명과 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종사에 대해서 궁금하셨던 분들의 궁금증이 조금 풀리길 바라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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